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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노에 대한 당부

 

결혼을 앞두고 친정어머니께서 제게 한 가지 당부를 하셨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꿍하고 오래 담아 두지 말고, 그날이 가기 전에 바로바로 화해하고 툴툴 털어 버려라.”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며칠씩 혼자 끙끙 앓던 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했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 말이 얼마나 지혜로운 조언이었는지 여러 번 느끼게 되었다.

 

또 직장 동료 한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결혼하기 전에 예비 배우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내가 화가 나면 딱 5분만 아무 말 하지 말고 나를 혼자 있게 해 주세요.”

 

그분은 평소에도 성격이 매우 급했다. 화가 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말을 쏟아내지만, 신기하게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금세 가라앉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도 잘하는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결혼 전에 먼저 배우자에게 이해를 구했던 것이다.

 

2) 분노 패턴의 이해

 

이처럼 사람마다 화를 느끼는 방식도 다르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말이 없어지고,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어떤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마음을 풀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잠을 자고 나면 화가 풀리지만, 어떤 사람은 운동이나 산책을 해야 감정이 가라앉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나의 분노를 푸는 방식은 어떤 방식인지를 나도 알고 배우자도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비부부라면 결혼 전에 꼭 나누어야 할 대화가 있다.

 

당신은 화가 나면 어떻게 행동하나요?”

 

어떻게 해 주면 마음이 가장 빨리 풀리나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이런 대화만 미리 나누어도 결혼 후 수많은 갈등을 훨씬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분노 패턴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화가 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가슴이 답답한지, 심장이 빨리 뛰는지, 눈물이 나는지, 말이 없어지는지, 아니면 큰소리를 내고 싶은지 스스로를 살펴보자.

감정은 갑자기 폭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3) 분노 감정 다스리기

 

분노가 올라올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 찬물세수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STOP’하고 외쳐 본다. 복식호흡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주먹을 꽉 쥐었다 펴며 심신을 이완하는 것도 좋다. 조금 나아지면 다른 즐거운 생각으로 관심을 돌려 보자. "괜찮아.", "조금 지나면 해결될 거야."와 같은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관심을 다른데로 돌려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가 난 상태에서 배우자를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은 일시적이지만, 감정 속에서 던진 말은 오랜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성경도 분노에 대해 귀한 지혜를 들려준다.

잠언은 사람을 쉽게 노엽게 하지 말라고 권면하며, 분노를 다스리는 사람이 용사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또한 사도 바울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권면한다.

 

4) 분노 약속

 

분노 자체가 죄는 아니다.

그러나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랑을 키울 수도 있고, 관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예비부부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결혼 전에 우리 부부의 분노 약속을 함께 만들어 보라.

예를 들면 이런 약속들이다.

 

화가 나도 욕을하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문을 세게 닫거나 물건을 던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진정할 시간을 존중해 준다.”

 

가능하면 해가 지기 전에 대화를 시도한다.”

 

잘못을 깨달으면 먼저 사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갈등이 해결되면 서로를 안아 주고 함께 기도한다.”

 

해가 지기 전에 분노를 풀고, 서로 화해한다.”

 

이러한 약속은 거창한 규칙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키기 위한 작은 울타리이다.

결혼생활에는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갈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화를 한 번도 내지 않는 부부보다, 화가 났을 때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행복하다.

결혼은 서로 상처를 주는 연습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연습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한 그날, 결혼식의 서약만 하지 말고 우리 부부의 분노 약속도 함께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그 약속 하나가 앞으로 살아갈 수십 년의 결혼생활을 지켜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