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젊은 세대는 '파이어(FIRE)족'이나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열심히 자산을 모아 일찍 은퇴한 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는 사람도 있고, 많은 돈보다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며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이 더 옳으냐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어떤 삶을 함께 살아갈 것인가.
결혼은 사랑만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랑과 함께 현실도 시작된다. 그리고 그 현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경제이다.
그래서 예비부부라면 결혼 전에 꼭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경제관을 맞추는 일이다.
1) 돈보다 먼저 맞춰야 할 것은 경제관이다
결혼을 준비하며 서로에게 꼭 물어보았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 가정은 어떤 경제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인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 목표인가?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가?
나누며 살아가는 삶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가?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정답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돈은 행복한 결혼의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약 돈을 많이 모으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된다면 어느 순간 삶은 메말라 갈 수 있다.
반대로 가정경제 안에 '나눔'이라는 가치가 함께 자리 잡으면 돈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된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사도행전 20:35)
경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2) 돈을 다루는 태도가 미래를 만든다
유대인의 성인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성경책과 시계, 그리고 축의금을 선물하는데, 부모는 그 축의금을 사용하지 않고 자녀 명의로 저축해 두었다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종잣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돈의 액수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도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돈 이야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신앙인들 가운데도 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성경은 돈 자체를 죄라고 말씀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중요하게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가 대표적이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종은 맡은 것을 잘 활용하여 더 많은 열매를 맺었고,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두려움 때문에 땅에 묻어 두었다.
주인은 많이 받은 사람보다 맡겨진 것을 충성되게 관리한 사람을 칭찬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맡기신 시간과 재능, 물질을 지혜롭게 관리하기를 원하신다.
3) 우리 부부도 경제관이 매우 달랐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우리 부부도 경제 문제를 많이 경험했다.
결혼 초, 나는 '부부 별산제'를 주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려면 뭐 하러 결혼했느냐?"
결국 우리는 생활비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오랫동안 남편 중심으로 가정경제가 운영되었다.
경제관이 달랐던 나는 답답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자녀들과 사위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오늘은 엄마가 밥 살게."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곧바로 "그럴 필요 없어."라며 만류한 적이 있었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오래 마음에 담아 두었을 일을 이제는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저 사람의 경제관이 그렇지."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조금씩 넓어진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경제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부 합산제가 잘 맞는 부부도 있고, 일정 부분 별산제가 더 편한 부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보다 충분히 대화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다.
4) 결혼 전에 꼭 나누어야 할 경제 대화
예비부부라면 결혼 전에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어 보기 바란다.
누가 가정경제를 관리할 것인가?
소비와 저축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집은 언제 마련하고 싶은가?
자녀교육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노후는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
부모님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헌금과 나눔은 어떤 원칙으로 실천할 것인가?
이런 대화는 결혼 후 수많은 갈등을 예방하는 든든한 준비가 된다.
또한 가족생활주기에 따라 경제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
신혼에는 종잣돈을 마련하고, 자녀를 키우는 시기에는 교육과 노후를 함께 준비하며,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인 삶을 계획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정경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제도 공부해야 하고,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경제 계획 안에 '나눔'을 꼭 넣어 보기 바란다.
나눔은 돈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가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투자이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부부가 같은 마음으로 나누기 시작할 때 돈은 더 이상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귀한 도구가 된다.
결혼을 준비하는 지금, 경제를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풀어 가야 할 공동의 과제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돈을 함께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경제관이 하나 될 때 가정은 더욱 든든해지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삶도 더욱 아름답게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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