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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

그날 버린 것은 우산이 아니었습니다

by 행복을 배우는 상담사 2026. 6. 24.

결혼하기 전, 우리 부부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연애를 했습니다.

하루는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마치고 함께 퇴근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비가 내렸지만 퇴근할 무렵에는 비가 그쳐 있었고, 내 손에는 작은 접이식 검정 우산 하나가 들려 있었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손에 들린 작은 우산 하나조차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함께 걷던 그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습니다.

"우산 좀 들어 줄래?"

어쩌면 정말 힘들어서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잠시 기대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선뜻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든 걸 알면서 왜 거절하지?'

다시 한번 부탁했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순간 서운함과 자존심이 뒤섞이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결국 나는 오기 섞인 마음으로 그 우산을 길가에 버리고 와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버리고 싶었던 것은 우산이 아니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이었습니다.

잊은 줄 알았던 그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일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올랐습니다.

중년이 되어 남편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오래전 우산 사건이 불쑥 생각났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은 우산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던 순간.'

그 감정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부부 갈등의 많은 부분은 현재의 사건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현재의 갈등 속에는 과거에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도 때로는 큰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원가족의 관계 패턴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셨고, 어머니는 늘 참고 순응하는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감정보다 가족의 평화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나 역시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나도 갈등을 피하려 했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 두는 사람이었습니다.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감정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산 사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우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관계 방식이 그 안에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자 관계도 달라졌습니다

그 이후 나는 남편을 바꾸려 하기보다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왜 나는 서운함을 말하지 못할까?'

'왜 상대가 먼저 알아주기만 기다렸을까?'

그리고 조금씩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왜 그래?" 대신,

"나는 이런 상황에서 많이 서운했어."

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변하기 시작하자 관계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나 역시 남편의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서로를 이해하려 할 때 우리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그날 버린 것은 우산이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나 자신의 관계 패턴을 이해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돌아보며,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날의 우산 사건은 작은 사건이었지만 내 인생에는 큰 깨달음을 남겼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돌아보니, 그날 버린 것은 우산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우산을 통해 이해받고 싶었던 어린 나를 조금씩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배우자를 통해 내 안의 상처와 관계의 패턴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배우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래전 그 우산 사건마저도 감사하게 기억합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남편을 이해하는 법보다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8)

 

사랑은 상대를 바꾸는 힘이 아니라, 서로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힘입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가장 가까운 관계를 통해 우리를 조금씩 빚어 가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