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면..."

사람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 역시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그때는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도, 내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 답답하면 짜증을 냈고, 속상하면 침묵했다. 때로는 상대를 원망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나 메시지'였다.

마음속에는 언제나 진짜 감정이 있었다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는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런데 "내가 많이 서운했어.", "불안했어.", "외로웠어."라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냉랭하게 굴거나 짜증을 먼저 냈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참 많았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1차 감정과 2차 감정으로 구분했다.

1차 감정은 속마음에서 올라오는 진짜 감정이다. 서운함, 외로움, 불안함,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2차 감정은 1차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때 밖으로 드러나는 감정이다. 짜증이나 분노, 비난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부가 1차 감정은 숨기고 2차 감정만 표현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는 내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공격받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나도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젊었을 때 우리 부부에게도 그런 일이 많았다.

남편은 매우 가난한 시골에서 자라 돈을 아끼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면 무엇을 얼마에 샀는지 하나하나 맞춰 보며 가계부를 정리하곤 했다.

그런데 가끔 한두 가지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루 종일 장을 보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쳐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은 계속 물었고,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그럴수록 나는 긴장했고 머릿속은 더욱 하얘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당신이 계속 다그치니까 더 생각이 안 났어."

"조금만 시간을 주면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어."

"지금은 너무 무서웠어."

그때 이런 마음을 침착하게 표현했더라면 남편의 감정도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물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 대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는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딸 앞에서도 나는 침묵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일이 있다.

새로 문을 연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주문했더니 사은품으로 장수풍뎅이를 받았다.

딸은 너무 기뻐하며 키워 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남편은 화를 내며 화단에 놓아주라고 했다.

딸은 울고 또 울었다.

그때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여보, 우리 딸이 정말 키워 보고 싶어 하나 봐."

"당신이 너무 무섭게 말하니까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안 된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부드럽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혹시 며칠만이라도 키워 보게 해 줄 수는 없을까?"

남편이 허락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딸은 자신의 마음을 엄마가 이해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았을 것이고, 남편 역시 내 말을 비난이 아니라 부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다.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은 후회로만 남아 있지 않았다.

'나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준 삶의 교훈이 되었다.

나 메시지는 감정과 욕구를 함께 전하는 말이었다

나 메시지는 단순히 "나는 화가 났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감정 뒤에는 언제나 욕구가 있었다. 사람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감정이 생긴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말하는 것이 좋았다.

먼저 일어난 사건을 객관적으로 말한다.

다음으로 그 일로 인해 생긴 나의 감정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 주었으면 하는지를 부탁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오늘 약속한 시간보다 많이 늦었네."

"나는 많이 걱정됐고 솔직히 서운했어."

"다음부터는 늦게 될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해 주면 좋겠어."

이처럼 사건과 감정, 욕구를 차례대로 표현하면 상대도 방어하기보다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었다.

행동과 의도는 반드시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편이 늦었다.

그것은 행동이다.

그러나 늦고 싶어서 늦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회사 일이 예상보다 길어졌을 수도 있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행동만 보면 화가 나지만, 의도까지 이해하려고 하면 공감이 시작된다.

"회사 일이 많아서 많이 힘들었겠네."

이 한마디가 관계를 살리는 말이 될 수도 있었다.

행복한 결혼은 "나는…"이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였다.

비난은 마음의 문을 닫지만, 나 메시지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했다.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19)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에서 배운 지혜는 오늘의 대화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의 대화는 내일의 부부 관계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오늘 배우자에게 먼저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

"나는 많이 서운했어."

"나는 당신이 걱정됐어."

"나는 당신과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고 싶어."

행복한 결혼은 거창한 대화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나는…"이라고 말하는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