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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의 진짜 이유를 늦게 알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왜 우리는 같은 문제로 계속 싸울까?"

오랜 세월 함께 살았으니 이제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다투고, 같은 말에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부부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부부 기질 검사를 받아 보다

그 무렵 상담을 공부하던 둘째 딸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전문 상담을 한번 받아 보면 어때?"

상담사는 처음에는 가족상담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상담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신 가족 모두가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받아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검사에는 흔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받아든 순간, 우리 부부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이 다른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수많은 갈등의 이유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질은 다르고, 성격은 자란다

TCI는 사람을 타고난 기질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검사입니다.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 선천적인 특성이고, 성격은 환경과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 부부는 기질부터 상당히 달랐습니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남편은 익숙한 방식을 선호했고, 계획된 틀 안에서 살아갈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감정과 분위기에 민감했습니다. 누군가 마음이 상한 것 같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감정보다 원칙과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남편에게는 성실함이었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남편을 보며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남편은 나를 '감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며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틀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성장 환경

성격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많은 형제자매 속에서 자라며 내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주변에 맞추는 삶에 익숙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경제적인 결정이나 생활의 많은 부분을 남편에게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자유를 원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결정하는 힘은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반면 남편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매우 강했습니다.

절약과 계획을 중요하게 여기며 가정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남편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지만, 내게는 통제와 지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나는 친척들과 자주 만나고, 교회 공동체와도 따뜻한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청년들이나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행복했습니다.

반면 남편은 가까운 가족 중심의 관계를 더 편안하게 여겼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넓게 관계를 맺는 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남편이 너무 차갑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기질이 다르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해는 갈등을 끝내지는 못하지만 관계를 바꿉니다

기질 검사를 받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는 의견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왜 저 사람은 저럴까?"

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아, 저 사람이 원래 가진 기질이 그렇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갈등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비부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결혼은 같은 사람끼리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가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사랑만 확인하고 결혼하기보다, 서로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는 시간도 꼭 가져 보기를 권합니다.

꼭 TCI 검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함께 대화하고,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를 진심으로 알아 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합니다.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의 높고 낮음이 아닙니다.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왜 저 사람은 저럴까?'라는 질문이 '아, 저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구나.'라는 이해로 바뀌는 순간, 갈등은 끝나지 않아도 관계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바꾸는 힘이 아닙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힘입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8

하나님께서는 똑같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하나가 되어 가기를 바라셨습니다. 오늘도 배우자의 다름을 문제로 보기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특별한 선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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