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했습니다.
방 두 칸짜리 월세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학생이던 막내 시누이도 함께 살았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시작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관계를 함께 품고 출발하는 새로운 삶이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사랑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내게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가치관을 맞추고, 생활방식을 조율하며, 돈에 대한 생각과 부모를 대하는 태도, 자녀를 키우는 방법까지 함께 배워 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몰랐습니다
남편은 매우 절약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임감도 강했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준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했습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안일을 했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보다 각자의 힘듦만 바라보며 살아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남편 역시 부모의 영향과 성장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부모와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그는 결혼 후 비로소 사회를 경험했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담은 잔소리와 통제로 표현되었고, 저는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 억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 역시 남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끊임없이 맞섰습니다.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왜 나를 배려하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날마다 싸웠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들으려 하기보다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려 애썼고,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달랐고, 생활 속의 작은 차이도 쉽게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도 자주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때는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훗날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을 빨리 떠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부모가 만드는 가정의 분위기가 자녀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 미안함은 지금도 내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생활 중 허리디스크로 두 달 정도 쉬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소중한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굳어진 가치관과 대화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법보다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데 더 익숙한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예전처럼 '누가 옳은가'를 따지기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변화가 우리 부부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리 부부는 서로를 힘들게 하려고 결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결혼했고,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나는 위로를 원했지만 남편은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남편은 가족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것을 사랑 없는 지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달랐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붙잡아 주셨습니다
그 시절 내가 이혼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신앙이었습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면서 배우자의 외도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결혼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붙들었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이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께서는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조금씩 제 안에 심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기를
우리 부부는 이제 은퇴 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의견이 다를 때가 많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제는 '누가 옳은가'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돌이켜보면 결혼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서로의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름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우리의 미성숙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비부부들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사랑만으로 지켜지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서로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고,
가치관을 나누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며,
갈등을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흘린 많은 눈물이 누군가에게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도록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허락하신 가장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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