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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앙과 성격

40대 중반쯤의 어느 날이었다. 아주 신앙심이 깊은 기독교인인 직장 동료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딸의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신앙이지요."

그런데 그분은 의외의 답을 했다.

"저는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결혼생활을 더 오래 경험하면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신앙의 영역이다. 그러나 결혼생활에서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성격과 관계 방식이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신앙이 좋아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못한다면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부부는 갈등이 생겨도 다시 회복하는 힘이 크다.

물론 신앙과 성격을 서로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앙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성격은 그 방향을 함께 걸어가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결혼생활에는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2) 갈등의 원인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부부를 만나 보았다. 놀랍게도 많은 갈등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서로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거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런 오해의 상당수는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과 기질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말을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마음이 회복되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계획을 세워야 마음이 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즉흥적인 삶에서 자유를 느낀다. 누군가는 감정을 먼저 표현하고, 누군가는 감정을 오래 묵혀 두었다가 천천히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주기를 기대한다. 바로 그 기대가 실망이 되고, 실망이 반복되면 갈등이 된다.

 

3) 이해와 존중

그래서 나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결혼 전에 건강검진 결과를 서로 확인하듯 성격검사 결과도 함께 나누어 보라는 것이다.

검사의 목적은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상대를 평가하거나 점수를 매기기 위한 것도 아니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이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칭찬을 들을 때 힘을 얻는 사람이네."

"갈등이 생기면 바로 이야기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이러한 이해는 결혼생활에서 엄청난 자산이 된다.

성격은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질과 성향을 허락하셨다. 모든 성향에는 장점이 있고, 동시에 성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오랫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 돌아보면 성격이 맞지 않아서라기보다 서로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모르고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틀렸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만약 결혼 전에 서로의 성격을 조금 더 깊이 이해했더라면, 불필요한 상처와 갈등의 상당 부분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물론 심리검사 하나가 행복한 결혼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리검사는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여행을 떠날 때 지도를 가지고 가면 길을 잃더라도 다시 방향을 찾기가 쉽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마음 지도를 알고 시작하는 부부는 갈등 속에서도 다시 길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서로의 장점만 보게 된다. 특히 젊은 시절의 연애는 현실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격이나 가치관을 충분히 살펴보기도 전에 결혼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결혼을 시작하게 하고, 이해는 결혼을 오래 지속하게 한다.

서로의 성향을 알고, 다름을 인정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배운 부부는 웬만한 비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부부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자녀에게는 안정된 울타리가 되며, 양가 가족에게도 화목을 가져오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부부는 서로 비슷해서 잘 맞기도 하고,

서로 너무 달라서 서로를 채워 주며 잘 맞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같고 다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4) 심리데이트

그래서 나는 연애하는 모든 커플에게 꼭 권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떠나는 데이트도 좋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심리데이트를 한 번쯤 꼭 넣어 보기를 바란다.

함께 성격검사를 해 보고, 그림카드와 감정카드로 마음을 나누고,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족 이야기, 가치관과 돈에 대한 생각, 자녀교육, 신앙생활, 갈등 해결 방식까지 진솔하게 이야기해 보라.

이런 대화는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심리데이트는 상대를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시간이며,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해는 평생 이어질 사랑의 가장 든든한 기초가 된다.

우리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며 사랑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심리데이트는 사랑의 시작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평생 함께 걸어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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