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감정을 놓친 부모의 뒤늦은 후회 : 병아리를 떠나보냈던 아이가 햄스터를 품기까지
독립한 막내가 햄스터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병아리와 장수풍뎅이를 키우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부모가 놓치기 쉬운 아이의 감정과 공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어제 막내가 독립해서 살고 있는 자신의 집에 햄스터를 들였습니다.
그 행복한 표정을 보는 순간, 제 마음에는 오래전 병아리 두 마리가 떠올랐습니다.
작고 귀여운 햄스터를 바라보는 막내의 표정에는 세상 모든 행복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그렇게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오래전 두 가지 일이 떠올랐습니다.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의 일입니다.
학교 앞에서 작은 병아리 두 마리를 사서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병아리를 키울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병아리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아빠가 버럭 화를 냈습니다.
결국 막내는 울면서 병아리를 친구 집에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뒤로도 학교를 마치면 그 친구 집에 들러 병아리와 놀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니 베란다에서라도 잠시 키워 보게 하자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로 우리 부부는 크게 다투기까지 했습니다.
또 한 번은 피자 가게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장수풍뎅이를 막내가 무척 키우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아빠는 집에서는 키울 수 없다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많이 울었고, 저는 아이를 충분히 지켜 주지 못했습니다.
막내는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어렸을 때 항상 홀로 남겨진 것 같았어. 내 어린 시절은 불행했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는 형편을 보았고,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당시 우리 부부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아파트에서 병아리나 곤충을 키우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냄새와 소음, 위생 문제도 걱정되었습니다. 누가 끝까지 돌볼 것인지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부모상담 혹은 부모교육을 하다보면 부모는 형편과 책임을 먼저 봅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기억한 것은 달랐습니다.
아이는 아마 이렇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구나.”
“내 마음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구나.”
“나는 또 혼자구나.”
부모는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이 거절당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허락할 수 없을 때에도 그 마음까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병아리를 정말 키우고 싶구나.”
“갑자기 보내야 해서 많이 슬프겠다.”
“엄마도 네가 속상한 마음은 이해해.”
그때 이렇게 말해 주었더라면 결과는 같았어도 아이의 기억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작은 생명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어른에게 병아리나 장수풍뎅이는 돌봐야 할 또 하나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작은 생명은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먹이를 주고, 움직임을 살피고, 이름을 지어 주면서 아이는 애정과 책임감을 경험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작은 동물에게 건네기도 합니다.
특히 감성이 풍부한 아이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가정에서 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거환경, 가족의 알레르기, 경제적 여건, 돌봄 능력과 동물의 복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순간적인 기분으로 데려왔다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들어 주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는 태도는 필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돌봄 계획을 세워 보거나,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가거나, 책임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뒤 다시 논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안 돼.”라는 결론보다 그 결론에 이르는 대화의 과정입니다.
“네가 알아서 해”
막내가 이번에 햄스터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도 남편은 여전히 집에서 무슨 동물을 키우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의 기쁨이나 오랫동안 품어 온 마음에는 별로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내는 독립해서 자신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편도 결국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알아서 해.”
완전한 지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이의 선택을 막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도 작은 변화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이제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생명을 책임지고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아리를 울면서 친구 집에 보내야 했던 아이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집에서 햄스터를 품게 된 것입니다.
햄스터를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막내의 표정을 보는 순간, 저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습니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우리는 왜 그토록 오래 이해하지 못했을까?’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마음과 어긋날 때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자녀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현실을 가르치려 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제한을 둡니다. 그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현실만 강조하다 보면 아이의 감정은 뒤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게 지금 형편에 맞니?”
“쓸데없는 일 하지 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아이는 현실을 배우기 전에 자신의 마음이 소중하지 않다는 느낌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요구와 아이의 감정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요구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먼저 인정해 줄 수 있습니다.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
“보내야 해서 정말 슬프겠구나.”
“네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엄마는 알아.”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를 외롭게 남겨 두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의 기억 곁에 서 주고 싶습니다
과거의 일을 다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막내가 울면서 친구 집에 데려다준 병아리를 다시 데려올 수도 없고, 장수풍뎅이를 키우지 못했던 그날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 네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가 얼마나 슬펐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엄마가 그때 네 편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모의 사과가 과거를 지워 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자녀가 그 기억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곁에 서 줄 수는 있습니다.
막내가 햄스터를 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한 가지를 다시 배웠습니다.
자녀에게는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과 안정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는 경험, 작은 생명을 사랑하고 돌보는 기쁨도 필요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의 태도
성경은 사랑을 자기의 유익만 구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로 설명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5)
부모의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내 기준에 맞추는 사랑보다, 아이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녀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기뻐하는 이유와 슬퍼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는 부모는 될 수 있습니다.
어제 햄스터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막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병아리를 떠나보내며 울었던 어린아이가 오랜 시간이 지나 자신의 공간에서 작은 생명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행복한 표정을 오래 바라보며 저도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때 네 마음을 더 잘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라도 네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아이의 행복은 부모가 정해 준 길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부모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작은 마음과 작은 생명 곁에서 조용히 자라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처럼 아이들은 부모가 허락해 준 장난감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이해해 준 마음을 오래 기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배우는 상담사 JL
『JL의 결혼 이야기』에서는 심리학과 신앙, 그리고 삶의 경험을 통해 행복한 결혼과 부모됨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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